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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복통 없는 급성 충수염도 있나요?

by 우리마실주치의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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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충수염
급성충수염

우리가 맹장염이라고 자주 불리는 급성 충수염은 흔히 심한 복통이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급성 충수염이 복통이 없이 생길 수도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진단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이번 글에서는 급성 충수염의 진단에 중요한 증상 및 징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급성 충수염의 정의 

소장의 회장이 끝나고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연결된 맹장 끝 약 10cm 길이의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충수염이라고 합니다. 

 

 

충수돌기의 위치
충수돌기의 위치

 

맹장과 충수돌기는 다른 부위임에도 흔히들 급성충수염을 맹장염이라고 부르고들 있습니다. 

 

이러한 충수염은 대부분 급성 충수염이지만 일부는 3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 후 진단되는 만성 충수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원인

주로 분변이 굳어져서 생기는 분석(fecalith)이나 림프 조직의 비대 등으로 인해 충수의 내강이  폐쇄되어 막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이물질이나 종양, 충수결석 등 다른 원인으로도 충수 내강이 폐쇄될 수 있습니다. 

 

내강이 폐쇄되면 장내 세균 증식과 분비되는 점액 축적으로 충수 내강 압력이 증가하여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압력이 증가하면 림프관과 정맥 흐름이 방해되어 점막 허혈과 염증반응이 생기며 심하면 괴사와 천공을 일으키게 됩니다. 

 

급성 충수염의 발생기전
급성 충수염의 발생기전

 

증상 및 징후

급성 충수염의 증상은 복통이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전형적인 통증 양상은 내장 구심성 신경 활성화로 배꼽 주위 통증으로 시작하여 염증이 충수돌기를 덮는 벽쪽 복막으로 진행되면서 우측 하복부에 국한된 통증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통증의 이동은 급성 충수염 진단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우하복부 통증이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충수의 해부학적 변이에 의해 비전형적인 위치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충수돌기의 위치 변이
충수돌기의 위치 변이

위 그림은 비록 그림의 빈도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충수돌기가 한 군데에 위치하지 않고 다양하게 위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통증 이외에도 발열이 있을 수 있고,  오심, 구토, 식욕부진 등의 위장 증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변비나 심지어 소아 환자에서는 설사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징후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맥버니 포인트(McBurney's point)로 잘 알려진, 배꼽과 골반 앞부분이 튀어나온 뼈를 연결한 가상의 선에서 바깥쪽 3분의 1 지점을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압통이 있습니다.

 

맥버니 포인트
맥버니 포인트 

이 부위를 눌렀다가 손을 뗄 때 통증을 느끼는 반발통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충수의 위치는 변할 수 있으므로 압통의 위치 역시 바뀔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외에 왼쪽 하복부 촉진 시 우측 하복부의 통증이 느껴지는 징후(로브싱 징후:Rovsing's sign)도 관찰될 수 있습니다. 

 

 

비전형적 증상

그럼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통증이 없는 급성 충수염도 있을까요?

 

답은 '통증이 없는 급성 충수염도 있을 수 있다'입니다. 

 

국내 논문을 살펴보아도, 복통이 생겨서 내원하였으나 내원 후 복통이 완전히 사라지고, 신체 진찰상에도 우하복부 압통, 반발통 등의 징후가 사라졌으나 초음파 상에서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비전형적인 증상 및 징후를 보이는 경우는 성인에 비해 소아의 급성 충수염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의 경우와 같이 우하복부 통증과 발열,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갑자기 호전되는 현상을 fools' paradise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증상의 일시적 호전일 뿐 병이 나은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통증 급성 충수염의 정확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충수돌기의 미세 천공 등으로 일시적인 감압 상태가 발생하여 충수돌기의 자극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론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우하복부 통증이 급성 충수염일 수도 있다는 정도를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라고 급성 충수염을 쉽게 배제하다가는 자칫 진단이 늦어져서 천공성 충수염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비전형적인 증상 발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진료를 보신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김기훈. (2015). 급성 충수염의 고찰. Journal of Acute Care Surgery 5(1): 10-14

오규호 등. (2014). 자발적으로 증상 및 신체 진찰 징후가 완전히 소실된 소아의 급성 충수염 1례 대한응급의학회지 25(2): 21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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